찬실이는 복도 많지, 찬실씨를 응원하며
-줄거리-
찬실은 영화 프로듀서다.
작품성 있는 영화만 만드는 감독과 오래 작업을 했었는데 새로운 영화 크랭크 인을 앞두고, 저녁 술자리에서 감독이 갑자기 가슴을 움켜잡고 쓰러지더니 죽어버린다.
찬실은 집도 없고, 남자도 없다. 거기에 감독의 죽음으로 일마저 똑 끊겨버린다. 작업하던 감독이 죽어버리자 투자자는 영화 프로듀서는 쎄고쎘다며 더이상 일을 같이 할 수 없음을 통보한다. 그전에는 찬실을 대단한 사람이라고 추켜세웠는데 말이다.
가진 게 없는 찬실은 없는 돈의 기운에 밀려 달동네로 이사를 한다.
버스 정류장에서도 한참 올라가야 하는 높고도 높은 달동네의 낡은 주택에 보금자리를 마련한다. 하지만 먹고 살돈이 없다. 불러주는 이는 없고, 생계는 유지해야 하므로 친한 배우 소피네 집에 가사 도우미로 취직한다.
오랜 시간 영화를 다루던 마음과 손은 열심히 소피네 집을 청소하고 소피가 먹을 음식을 만든다.
팍팍한 현실 속에서 자존감이 많이 무너지지만 소피의 불어 선생 겸 영화 일을 하는 한참 어린 영을 보고는 마음이 설렌다. 영도 찬실에게 마음이 있는 듯 하다. 그의 영화 취향에 큰 실망을 하기도 했지만 어쩐지 그와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다.
갑자기 남자복이 터졌는지 하나도 안닮았지만 ‘장국영’이라고 주장하는 남정네도 속옷 바람으로 나타난다. 찬실이가 처한 상황에 관계없이 좋은 친구가 되어줄 모양이다.
거기에 무슨 일인지 주인집 할머니도 소소하게 찬실을 챙긴다.
돈과 일은 잃었지만, 뭔가 인생에 좋은 일이 일어나는 것만 같다.
마흔 살의 찬실의 인생이 드디어 꽃처럼 피게 될까?
————-
영화는 시종일관 잔잔하게 흘러간다.
큰 이벤트라고는 감독의 죽음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말이 궁금하고, 그 결말로 가는 이야기들이 소소함에도 빙긋 웃음짓게 하는 매력이 있다.
가진 것 없는 비혼의 40대 여자는 어쩌면 인생의 바닥을 치게 된 상황에서 그 상황을 잘 극복할 수 있을까? 아니면 극복하지 못하고 절망적인 인생을 살게 될까?
감독은 전자를 택한다.
영화에 나오는 모든 상황들이 실제 인생에서 일어났더면 열에 아홉은 심각한 우울증이 걸릴 정도의 상황이지만, 감독은 그런 지긋지긋하고 슬픈 미래보다는 찬실을 통해 나름의 유머와 유쾌함으로 극복해나아가는 스토리를 풀어낸다.
정말,
찬실이는 복이 많은 게 맞다.
사람이 인생을 살면서 진정으로 좋은 사람을 만나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그래서 이 영화는 로맨스만 빠졌다 뿐이지, 인생 극복기라기 보다는 또 하나의 소시민 버젼의 캔디 영화처럼 느껴졌다.
주연배우의 연기는 마치 kbs 인생극장의 주인공들처럼 너무도 현실적이다.
찬실과 같은 인생의 경험이 과거에 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진짜 삶에서 정말 찬실과 같은 삶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정도로 찬실을 실감나게 연기한다.
30살에 늦게 연기를 시작했다고 하는데, 그녀의 밝은 미래를 응원한다.
'독서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평]디에센셜 조지 오웰 (0) | 2020.12.27 |
---|---|
타샤튜더 다큐멘터리 영화, 연말 힐링 영화 다큐 추천 (0) | 2020.12.19 |
코로나로 인한 집콕 생활 극복과 새해맞이를 위한 추천 도서 TOP9, 그외 영어원서 추천 (0) | 2020.12.11 |
책 '명심보감 인문학' 중에서 (0) | 2020.12.03 |
글쓰기의 최전선, 진짜 글쓰기 책을 만나다 (0) | 2020.11.10 |